아트~컬처

지영랑 작가, 서울인사동국제아트페어에서 ‘기억의 에너지’를 색채로 펼쳐내다.

- 기억의 흔적을 지우고 다시 쓰다.

유엔저널 이미형 기자 | 서울 인사동 라메르갤러리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6 서울인사동국제아트페어에서 지영랑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단순한 색면 추상이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담아낸 작품들은 현대인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지영랑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기억을 통해 다시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작가에게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삶을 마주하게 하는 힘이며 존재를 지탱하는 근원이다.

 

작가노트에서 그는 "기억은 내가 삶을 마주하려는 나 자신을 지탱해 주는 힘이며 나의 전부"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멈춰 선 기억들을 다시 불러내고, 침묵 속에 매몰된 감정들을 비워내며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붉은색 등 강렬한 색채로 구성되어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추상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없이 반복된 붓질과 색의 층위가 만들어낸 깊은 시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수직으로 이어지는 선들은 마치 기억의 흐름처럼 화면을 관통하며, 반복과 중첩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조형적 표현을 넘어 상처와 고통, 희망과 회복이 교차하는 정신적 풍경으로 읽힌다.

 

특히 지영랑 작가의 작업은 "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마음의 소리, 인간의 본성, 탐욕과 고통, 정체성의 혼란, 소통의 단절, 상처와 부끄러움, 그리고 무기력함까지 현대인이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절망에 머무르지 않는다. 억압된 감정을 기억의 흔적 속에서 찾아내고 토해내며 비워가는 과정을 통해 결국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한다. 작품은 상처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처를 넘어서는 힘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인 셈이다.

 

 

미술평론가들은 지영랑 작가의 작품을 "기억의 물질화"라고 평가한다. 화면 위에 켜켜이 쌓인 색채들은 단순한 안료가 아니라 시간과 감정, 그리고 존재의 흔적들이다. 반복적인 행위는 수행적 의미를 지니며, 관람객들 역시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 서울인사동국제아트페어에서 선보인 연작들은 각각의 색채가 서로 다른 감정의 언어를 상징한다. 노란색은 희망과 회복을, 초록은 생명과 치유를, 파랑은 침묵과 성찰을, 보라는 내면의 깊은 사유를 담아내며 하나의 거대한 기억의 숲을 형성한다.

 

지영랑 작가에게 그림은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환기시키고 존재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작품 속 반복된 색과 선들은 결국 작가 자신의 외침이자 삶을 향한 의지이며, 관람객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의 언어로 다가온다.

 

 

서울인사동국제아트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은 지영랑 작가의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화려한 색채 너머에 숨겨진 기억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삶과 상처, 그리고 희망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영랑 작가의 작품은 묻는다.

"기억은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 아니면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인가."

그리고 그의 화면은 조용히 답한다.

"기억은 결국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