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저널 이존영 기자 | 산은 말이 없다. 그러나 산은 가장 오래된 역사를 품고 있다. 대한민국 K-마운틴 사진작가 조명환은 지난 15년 동안 사계절 내내 북한산을 오르내리며 그 침묵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리고 그 기록의 결실로 「1억 7천만 년 북한산」 사진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사진집은 단순한 풍경사진 모음이 아니다. 1억 7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지하 깊은 곳에서 형성된 화강암이 세월의 침식을 거쳐 오늘날 북한산으로 드러난 장대한 지질학적 시간을 예술로 해석한 기록물이다.
북한산은 도봉산과 수락산을 포함하는 거대한 화강암 산군으로, 백운대·인수봉·망경대 세 봉우리가 이루는 삼각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강 북쪽에 위치해 북한산이라 불리지만, 옛 기록에는 ‘부르칸모르(Burkan Mor)’라는 이름으로 전해진다. 몽골어로 ‘신의 산’, ‘부처의 산’을 뜻하는 이 이름은 북한산이 예로부터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에는 수많은 사찰이 들어서 불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에도 북한산 곳곳에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과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조명환 작가는 이러한 북한산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정신세계를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눈 덮인 겨울 능선, 신록이 번지는 봄, 구름이 흐르는 여름, 단풍이 물드는 가을까지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북한산은 매 순간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는 “1억 7천만 년의 시간을 품은 산 앞에서 인간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며 “북한산은 단순한 등산의 대상이 아니라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 정신이 살아 있는 거대한 자연유산”이라고 말한다.
특히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조명환 작가는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며 기록하는 인간의 감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북한산을 ‘생것 그대로의 자연’으로 담아내기 위해 과도한 연출이나 인위적 효과를 배제하고 현장의 빛과 공기, 계절의 숨결을 사진 속에 담아냈다.
조명환 작가의 작업은 북한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전국의 명산을 답사하며 한국 산하를 기록해 왔으며, 「한국의 100선 명산」을 비롯한 20여 권의 사진집을 펴냈다. 백두산과 금강산을 포함한 한반도 산맥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그의 작업은 한국 산 사진예술의 귀중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1억 7천만 년 북한산」은 단순한 사진집을 넘어 자연과 인간, 시간과 역사, 그리고 예술이 만나는 기록이다.
북한산은 1억 7천만 년의 시간을 품고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조명환은 그 산이 들려주는 침묵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하며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대한민국 K-마운틴 사진작가 조명환, 그의 렌즈는 오늘도 한국 산하의 숨결을 따라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