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컬처

흐르는 색, 축적되는 시간 김자영 개인전 《고정되어 있지 않은》

- 점과 선, 반복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밀도
- 색과 선, 움직임과 시간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화

유엔저널 전득준 기자 |  특정한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색과 선, 움직임과 시간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화의 조형을 보여주는 김자영 개인전 《고정되어 있지 않은》전시가 금보성아트센터(서울 종로구 평창36길 20)에서 10월 16일 까지 열리고 있다.

 

 

 

회화에서 색은 과연 고정될 수 있는가. 형태는 하나의 상태로 머물 수 있는가. 이런 회화적 사유와 미학을 담아내는 작가의 회화에서 선은 선으로 고정되지 않으며, 선은 면이 되고, 면은 색의 공간이 되며, 색은 다시 움직임과 깊이를 만들어낸다.

 

 

 

 화면 위를 길게 흐르는 색의 띠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겹쳐지고, 스며들고, 갈라진다. 하나의 색으로 보이던 공간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수많은 층과 흔적으로 분해되고, 다시 거리를 두면 하나의 거대한 색의 흐름으로 응집된다.

 

김자영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의 붓질로 완성되는 이미지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위의 축적으로, 작은 점 하나에서 시작된 붓질은 선이 되고, 선은 면이 되며, 면은 하나의 색의 장으로 확장된다. 그 장 안에서 색은 다시 움직인다.

 

 

 

멀리서 바라보면 강렬하고 명료한 색면으로 다가오지만,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그 색면은 수많은 붓질과 층위로 해체된다. 관람자의 시선은 다시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며 작품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관람자는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생성되고 있는 상태와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회화가 지닌 힘은 화려한 색채에만 있지 않다. 강렬한 색의 이면에는 오랜 시간 반복된 에너지와 화면을 견디는 집중이 있다. 작가는 한 번의 붓질로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작은 흔적을 남기고, 그것을 다시 덧입히며, 색과 색 사이의 긴장을 조율한다. 그렇게 축적된 시간은 화면의 깊이가 된다.

 

 

 

《고정되어 있지 않은》은 색에 관한 전시이면서 시간에 관한 전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하는 존재와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에 관한 전시다.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살아 있고, 멈추지 않기에 깊어진다.
김자영의 회화는 우리에게 완성된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변화하는 상태 그 자체를 오래 바라보게 한다.

 

이번 전시는 그 유동적인 시간 속에서 회화가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리고 한 사람이 얼마나 오래 자신의 시간을 화면에 쌓아 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울림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