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부기구

강내한성 토종 양파 종자, 우크라이나 수출

- 농림축산식품부 Global Seed Project의 결실
- 전세계 실증재배 → 품질 검증 → 본격 수출로 이어져

유엔저널 이미형 기자 |  대한민국 종자산업은 IMF 사태 당시 많은 기업이 외국 자본에 매각되는 아픔을 겪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종자 주권’을 강조해왔지만, 현재 토종 종자기업은 소수만이 고군분투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양파, 마늘, 딸기와 같은 ‘글로벌 히트작물’은 연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전략 품목으로 꼽히지만, 국내 기업의 현실은 여전히 외국산 종자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회사법인 씨드온(대표 손현율)은 세계 유일의 영하 30도 이하에서도 월동 가능한 강내한성 양파 종자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성 채소 종자의 특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씨드온은 지난 수년간 농림축산식품부의 GSP(Global Seed Project) 사업에 참여하여 북한,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몰도바, 루마니아, 몽골 등 고위도 및 고산지대에서 강내한성 양파 실증 재배를 수행해왔다.

 

우크라이나 수출의 성과와 의미

씨드온은 2024년 9월 우크라이나 여성농업인협회(UWFC)에 약 2,000만 원 상당의 종자를 기증하고, 1만5천 평 규모의 농지에서 시범 생산을 진행했다. 2025년 6월 수확된 양파는 구가 단단하고 크며, 단맛이 뛰어나 품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UWFC의 요청으로 종자 600kg(약 50만 평 재배 가능 분량)을 공급하게 되었으며, 2025년 8월 16일 터키항공편을 통해 정식 수출이 성사되었다.

 

이번 수출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현재 우크라이나와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추진 중인 **양파 클러스터 구축사업(종자·생산·농기계·저온창고·유통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과 연계될 전망이다. 생산된 양파는 프랑스계 까르푸(Carrefour)와 독일계 카우플란트(Kaufland)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손현율 대표는 “향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씨드온의 겨울 양파 종자와, 한국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곡물(특히 사료용 옥수수) 교환 사업도 구상 중”이라며 농업 협력 확대 가능성을 밝혔다.

 

민간 연구와 협력의 뿌리

씨드온은 한동대학교 김순권 박사(‘옥수수 박사’로 불리는 석좌교수)와 이세훈 박사, 임원경제연구소(정명현 소장)와 함께 토종 종자 연구와 국제 협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특히 임원경제연구소는 풍석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등 고서를 통해 우리 고유 종자를 발굴하고,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른 유전자원의 보존과 활용을 지원하며 민간 차원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씨드온은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양파 종자를 개발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양파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종자 채종포에서 발생한 온난화와 연작 피해를 고려해 국내에 새로운 거점 채종포 이전도 추진 중이다.

 

 

종자주권과 남북 교류의 가능성

씨드온의 강내한성 양파는 이미 2007년 북한에서 실증 재배되어 벼보다 5배 이상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농업 성과를 넘어 남북 평화 교류에도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 남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북한이 양파를 자급 생산하고 잉여분을 남한의 쌀과 교환하는 구상무역 방식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 비전

씨드온은 내년 우크라이나 2개 지역, 키르기스스탄 1개 지역에서 대규모 강내한성 겨울 양파 클러스터 조성을 준비 중이다. 또한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등 동유럽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종자주권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양파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대표적 건강식품이다. 이번 강내한성 종자 수출은 한국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과이자, 종자주권 회복과 국제 농업외교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