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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무위는 수행이지만, 무위도식은 방종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음이다.

유엔저널 김학영 기자 |  무위도식無爲徒食이란 말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먹고 사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은 단순히 게으름을 꾸짖는 말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이 말 속에 삶에 대한 태도를 묻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부처님은 수행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몸은 공양을 받는 몸이니, 그 공양만큼 세상에 보답하라.”

 

공양을 받는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밥 한 끼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한 숟가락 밥에는 농부의 땀과 자연의 은혜, 그리고 공동체의 신뢰가 담겨 있다.

 

그래서 출가자는 말한다. “이 밥값을 무엇으로 갚을 것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먹는 삶, 즉 무위도식이란 몸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이미 수행을 떠난 상태를 말한다.

 

불교에는 ‘무위無爲’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억지로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운 삶을 뜻한다. 그러나 무위와 무위도식은 전혀 다르다. 무위는 집착을 내려놓은 행위이고, 무위도식은 책임을 내려놓은 태도다.

 

부처님은 하루도 빈손으로 살지 않으셨다. 말 한 마디, 발걸음 하나, 침묵조차도 중생을 이롭게 하는 법문이 되게 하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헛되이 살지 않으셨다.

 

일하지 않는 손보다, 마음을 쓰지 않는 삶이 문제다. 무위도식은 꼭 일을 안 하는 사람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직함은 있으나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 말은 많으나 실천이 없는 사람, 자리는 차지하고 있으나 역할을 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무위도식의 범주에 들어간다.

 

불교가 경계하는 것은 노동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마음의 작용이 멈춘 상태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삶은 곧 타인의 희생 위에 올라앉게 된다.

 

정치도, 사회도 무위도식이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개인을 넘어서 사회에도 적용된다. 국민의 공양으로 유지되는 자리라면 그 자리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아무 결정도 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지키는 권력, 아무 희생도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말하는 지도력, 그것이야말로 집단적 무위도식이다.

 

불교의 눈으로 보면, 자리를 맡았다는 것은 이미 수행을 시작한 것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오늘 하루, 세상에 무엇을 보탤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작아도 좋다. 말 한마디의 진실, 손 하나의 정성, 침묵 하나의 책임이면 충분하다.

 

무위도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쓰지 않을 때 생긴다. 오늘 먹은 이 한 끼를 어떤 삶으로 갚을 것인가. 그 물음이 곧 수행이다.